회색 미션
누가 나한테 부탁을 한다 . 앞모습 보다 뒷모습이 더 멋지거나 무서운 사람이 . 말이 통하지 않는다 . 오해를 해명할 시간도 없이 이런식이면 이제 그만두라는 얘기를 듣는다 . 부탁 받은 일을 해내기 위해 작은 차로 어두운 골목에서 길을 찾는다 . 넘을 수 있는 담벼락이나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을 찾는다 . 철조망 중간에 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간다 . 들어오니 경기 중인 야구장 한 가운데다 . 검은 하늘을 매섭게 쏘아대는 조명 . 공중에서 팽팽하게 다가오는 하얀 점을 피해야 한다 . 야구공이 내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간다 . 들어온 곳의 건너편 문으로 나가기로 정한다 . 선수들의 가쁜 숨 소리가 주변을 스친다 . 나는 있는 듯 없는 사람 . 아무도 내 눈을 발견하지 못한다 . 조용히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 부탁받은 일을 처리해야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 뒤돌아선 몸과 단호하게 뜬 눈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미션을 다시 더듬어본다 . 내가 무얼해야 ..? 철조망을 빠져 나가자 보통의 거리가 나온다 . 넋을 놓고 서 있는 사람이 있다 . 누구를 만나야 할지 , 이제 어디에 가서 무얼 하면 좋을지 , 방금까지 무얼 하고 있었는지 따져보고 있는 사람 . 그 사람에게 말을 건다 . “ 저녁밥을 먹어야 살죠 . 시간이 지나고 있어요 .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요 ?” 변함없는 표정으로 그가 대답한다 . “ 발을 딛고 있는 그 방향으로 쭉 걸어가 보세요 .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지어주는 밥이 있을 거예요 . 저는 도망가는 중이에요 . 정하거나 해야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