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칠 수 없는 고마운 친구들에게 .1

 중년의 여성 네 명이 와인바에 들어왔다. 느긋하게. 작은 와인바에서 가장 넓은 테이블이었다. 그녀들은 메뉴판을 한참 고민하며 속삭이는 여느 젊은이들과는 달랐다. 메뉴판에는 값비싼 보틀 와인들이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자리에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명이 손을 들고 여러 메뉴와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네 명은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생글한 웃음과 표정으로 시간을 보냈다. 조명이 네 명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평일 저녁이었고, 각자의 일을 끝내고 온 듯 네 명의 옷차림은 단정했다. 그들의 취향은 은근한 옷의 재질과 색, 핏에 따라 미세하게 드러났다. 모두 건강한 피부와 좋은 표정을 자주 담았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인 자리에서 은근하게 퍼지는 힘이 사람들의 이목을 서서히 집중시키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촬영중인 네 명의 주인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 소리와 웃음이 하나의 공간음이 되어 와인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가게를 차지하고 있는 음량만 커다란 LP소리와는 다른 소리였다. 손님들은 보통 불편한 옷과 눈치를 가지고 이 와인바에 온다. 괜히 아는 척을 하고, 어딘가에 있는 멋진 곳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이런 곳을 자주 오는 사람처럼 음식과 술을 시킨다. 사람들은 점점 네 명을 의식한다. 한 겹의 허물을 더 입지 않아도 괜찮은 그들이다. 어쩌면 이미 입어봤다가 그런 게 상관없어진 그들이었다. 

네 명은 축하할 일이 있어 모였다. 어떤 일일까 싶어 귀를 기울였지만 알 수 없었다. 술과 곁들일 용도로 많은 안주를 별 뜻 없이 추가하고, 대화와 곁들일 용으로 와인을 계속 추가했다. 와인이 떨어지면 잠시 머리를 맞대고 서로 좋아하는 취향을 물어보고 들었다. 주문 할 때가 되면 내 옆에 이 친구가 좋아하는 어떤 - 것들을 직원에게 부탁하듯 주문했다. 테이블은 가득찼고 와인은 어느새 6병이 되었다. 처음으로 주문했었던, 조금은 거침없고 말괄량이같은 말투의 친구 한 명이 웃음 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가게에 있던 사람들은 그때마다 놀랐지만 이상하게 불편해하지는 않았다. 와인바에서 처음 보는 일이었다. 눈초리를 주지도, 사장이 불만을 표하지도, 그 소리에 주의를 주지도 않았다. 많이 취한 친구는 흘러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어로 고마움과 반가움, 즐거움을 표현했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이 당황스럽지만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테이블에는 와인이 쏟아졌다. 그들은 놀랐지만 정중하게 사과하며 사장과 함께 테이블을 함께 정리했다. 이제 옆에 앉은 친구는 그녀의 신이 높아질 때마다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며 그녀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돌봐주며 사랑한다는 눈을 했다. 이미 여기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들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었다. 서로 준비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과거를 잘 지나온 것에 대한 박수와 앞으로 무얼하든 믿는다는 마음이 테이블 중앙에 놓여있었다. 한 명이 그런 틈을 잠깐 길게 늘어진 실처럼 가지고 나와 와인 네 병을 몰래 선물 포장해달라는 말로 그녀들의 공간을 비밀스럽게 넓혔다. 주문을 받은 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드를 내밀었다. 취하지 않은 채로 분명하게 끄덕인 고개였다.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대답같기도 했다. 값비싼 와인이 정성들여 포장되는 동안 여자 네 명은 다시 포옹같은 모임을 이어나갔다. 값비싼 것들이 제 값에 쓰이는 날이었다. 

불평이 줄어든 상태로 하루를 당연하게 살아봤다. 내게 하루는 불편한 것들로 촘촘하게 이루어진 예기치 못함이었다. 네 명을 보며 오늘은 예기치 못한 것들이 나도 모르게 이상한 패턴을 반복하는 것처럼 안정감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나는 그런 느슨한 짜임에 평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와인바에 있던 모두가 시끄럽고 취한 그녀들을 이해한다. 사실 그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저들의 기쁨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함께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그래 그게 맞아 너도 알지?" 카드를 내밀며 끄덕였던 것을 해석하자면 이런 말과 비슷할 것이다. 나는 무얼 알고 있었나. 그녀는 너그럽게 끄덕이며 웃는다. 우린 무엇으로 통한 걸까. 네 명은 서로 선물하기 바빴다. 웃음과 축하, 인사, 포옹, 안부와 가끔 주체되지 못하는 큰 소란스러움도. 그걸 잠재우는 아기 재우듯 부드럽게 쉬---하는 소리도. 서로를 향해 얽혀있는 눈인사도 그들의 언어다. 말은 때로 제일 폭력적인데, 이들의 언어는 당차고 거침없고 솔직하고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었다. 

얼마만에 만났을 것이며, 얼마나 애틋하며, 얼마나 따로 살거나 함께 지냈을까. 나이 드는 게 즐거워 보인다. 당연하고 무섭지 않아보인다. 나는 이들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와 소리와 서로의 존중을 비밀스럽고 자랑스럽게 알리며 웃음을 함께 퍼뜨리는. 그녀들이 잘 흩어졌다가, 취한 김에 오늘을 희미하게 반쯤 기억했다가 다시 이 때를 느끼고 싶어 금방, 혹은 반드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어디서든 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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